오늘은 직접 만들던 MP3 벨소리, 컬러링 유행 좋아하던 노래 앞뒤 잘라서 만들던 추억을 회상해보자.
벨소리로 표현하던 개성의 시대
요즘은 전화가 오면 진동으로 받는 게 자연스럽고, 벨소리를 켜두는 사람도 드물다. 심지어 스마트폰 기본 벨소리를 쓰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한때는 "전화 벨소리"가 곧 자기 자신을 표현하는 방법 중 하나였다. 스마트폰이 보급되기 전, 폴더폰과 슬라이드폰이 대세였던 2000년대 초중반. 그 시절 우리는 ‘컬러링’과 ‘벨소리’로 자신을 꾸미고, 다른 사람에게 나를 소개하곤 했다.
벨소리는 단순한 알림 기능을 넘어서, 나의 취향을 드러내는 ‘패션’의ㅋ 일부였다. 어떤 노래를 벨소리로 설정했느냐에 따라 사람들의 인상이 달라졌고, 친구들 사이에서는 “어, 너 그 노래 좋아해?”라는 말 한마디로 친해지기도 했다. 컬러링도 마찬가지였다. 상대방이 내 번호로 전화를 걸었을 때 들리는 그 30초짜리 음악은, 누군가에게 전해주는 내 감성의 첫인상이었다. 사랑 노래를 걸어두면 썸 타는 상대에게 은근한 메시지를 보내는 수단이 되기도 했고, 발랄한 아이돌 곡을 걸어두면 “역시 너답다”는 말을 듣기도 했다.
어떤 사람들은 매달 컬러링을 바꿨고, 벨소리 하나하나에 의미를 담았다. 시험 기간에는 조용한 피아노 곡을, 연애 중에는 달달한 발라드나 감성 R&B를 설정하기도 했다. 그렇게 우리는 작은 사운드를 통해 소통하고, 감정을 전하고, 나를 표현했다.
🎶 직접 만든 나만의 MP3 벨소리
처음엔 통신사에서 제공하는 벨소리와 컬러링만 썼지만, 조금씩 기술에 눈을 뜬 우리는 직접 벨소리를 만드는 법을 배우기 시작했다. 당시에는 ‘벨소리 만들기 프로그램’이나 ‘MP3 편집기’를 통해 원하는 노래의 클라이맥스 부분만 잘라내서 핸드폰으로 전송하곤 했다. 이 과정은 간단하지 않았다. 인터넷에서 노래 파일을 구하고, 편집 프로그램으로 자르고, 블루투스나 USB 연결로 전송해야 했다. 심지어 일부 폰은 특정 포맷만 지원해서 변환까지 해야 했다. 하지만 그런 번거로움조차 우리에게는 즐거운 과정이었다.
가장 인기 있었던 부분은 단연코 ‘후렴구’. 30초 안에 임팩트 있게 전달할 수 있어야 했기 때문에 대부분의 벨소리는 곡의 하이라이트로 채워졌다. 어떤 친구는 전화가 걸려오면 “이 노래 진짜 좋지 않아?”라고 자랑스럽게 이야기했고, 어떤 친구는 오프닝 멘트를 녹음해서 벨소리 앞에 넣기도 했다. 예를 들어 “지금 OOO에게 전화 연결 중입니다. 잠시 후 좋은 음악이 흘러나올 거예요~” 같은 멘트 말이다.
벨소리 커뮤니티도 활발했다. ‘폰사랑’, ‘폰꾸미기 카페’, ‘벨벨’ 같은 사이트에서는 사람들이 만든 벨소리 파일을 공유하거나, 직접 요청을 하기도 했다. "이 노래 30초만 잘라주세요", "이 부분으로 벨소리 만들고 싶은데 도와주세요"라는 글이 넘쳐났고, 고수 유저들은 이들을 도와주며 인기인이 되기도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아주 단순한 기술이지만, 그땐 그게 최첨단처럼 느껴졌고, 스스로 뭔가를 만들어낸다는 성취감도 컸다. 그렇게 우리는 나만의 벨소리를 만들고, 내 휴대폰을 나답게 꾸몄다.
📟 사라졌지만 잊히지 않는 감성
스마트폰이 등장하면서 벨소리와 컬러링은 자연스럽게 우리의 삶에서 사라졌다. 벨소리를 꾸미기보다는, 아예 무음으로 두는 사람들이 많아졌고, 음악을 듣기 위해 따로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하게 되면서 굳이 벨소리를 신경 쓸 필요도 없게 되었다. 컬러링은 이미 대부분의 통신사에서 서비스가 종료되었고, 벨소리를 바꾸는 문화도 더는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 시절을 경험한 사람들에게는 여전히 뚜렷한 추억으로 남아 있다. 친구가 전화를 걸었을 때 들려오던 컬러링 음악, 수업 시간에 실수로 울려 퍼진 인기 아이돌의 노래, 그리고 서로 벨소리를 바꿔보자며 유심히 듣던 교실 안의 풍경. 그 모든 것이 아련하고 따뜻하다.
이제는 벨소리보다 더 많은 방식으로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시대지만, 그 단순한 사운드 속에 담긴 ‘나다움’은 지금보다 더 진하고, 진심이었다. 좋아하는 노래 하나를 벨소리로 설정하고, 전화 올 때마다 그 노래가 울리는 걸 들으면서 괜히 기분이 좋아지던 순간들. 아마도 우리는 그 감성을 다시는 온전히 느낄 수 없겠지만, 그때의 우리가 느꼈던 작은 행복은 여전히 유효하다.
그 시절 벨소리 하나에 담긴 감정, 취향, 개성, 그리고 그걸 함께 나누던 사람들. 그 모든 게 지금의 나를 만든 작은 조각들이라는 걸, 문득 문득 떠올리게 된다.